'삼성로봇' 초읽기..협력사 삼성전자 부회장 입 주목하는 까닭
"로봇 부품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단가가 높고 수익성이 좋아 미래 먹을거리로 충분합니다."(삼성전자 협력사 관계자)
삼성전자의 로봇 출시를 앞두고 국내 협력사들이 기대감을 한껏 높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미래 먹을거리로 낙점한 로봇이 연내 상용화되면 로봇 부품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협력사들은 로봇·인공지능(AI)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삼성전자의 로봇 부품 양산에 대비해 일찌감치 시설 투자를 늘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3차 협력사들은 로봇 투자를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주행 보조 로봇의 출시를 8월로 잡고 속도를 내고 있다. 초기 물량은 3만~5만대 내외로 알려졌으며,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의료용 기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의료용품으로 분류되면 건강보험이 적용돼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이 줄어든다.
삼성전자는 핵심 협력사에 로봇 부품 조달과 제조 등을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봇용 감속기(회전력을 증가하는 장치)와 서보모터(servomotor·속도 제어용 모터) 등 대일 의존도가 높은 부품을 제외하고 핵심 센서나 반도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의 부품은 국내 협력사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급 MLCC 기술을 확보한 삼성전기도 협력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정확한 투자 규모와 물량을 밝힐 수는 없으나 로봇 출시에 발맞춰 부품 양산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 상태"라며 "로봇 부품은 개당 단가가 높고 수익성이 커 삼성전자의 매출이 증가할수록 높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로봇 점유율이 높아지면 협력사 입장에서도 그야말로 대박을 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점찍은 웨어러블 로봇은 보행을 보조해 속도를 높여주거나 무거운 물건을 적은 힘으로 들 수 있게 도와주는 로봇이다. 산업 현장이나 의료용 수요가 급등하면서 시장 규모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IS리서치는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 4억 9000만달러(한화 약 6000억원)에서 오는 2031년 88억달러(약 11조 2000억원)까지 2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부 요인에 따라 출시 속도가 지연될 수 있는 점은 변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일 제32회 삼성호암상 시상식 만찬에 참석한 후 웨어러블 로봇의 8월 출시 계획을 묻는 질문에 "(계획이) 나오면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업계에서는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로봇 가격 문제와 양산용 제품 승인, 로봇 공급망관리(SCM) 확대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하고 인원을 충원해 로봇 출시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에는 한국과 미국, 캐나다 등에 '삼성봇' 상표를 등록했으며 FITSAM'이란 이름으로 로봇 외골격 슈트, 보행 보조용 로봇 등 25개 부문을 아우르는 상표를 출원했다. 로봇 분야 M&A(인수·합병)도 눈여겨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에 진출하면 협력사는 물론 관련업계 전체의 수익성 증대가 기대된다"면서 "해외 기업들도 잇따라 로봇 시장에 뛰어드는 만큼 적극 지원을 통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