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코로나… '뉴ICT'가 함께 뛴다
로보티즈
서울 강서구 마곡동.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이 지역에선 낯선 형태의 이동체가 인도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퀴 6개에 각종 센서, 야간주행 라이트까지 달린 박스 모양 로봇이 점심시간 즈음해 음식을 싣고 달리는 것. 로봇을 개발한 곳은 국내 대표 로봇기업 로보티즈다. 로보티즈는 지난해 12월, 로봇분야 최초로 정부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과해 실외 자율주행로봇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로보티즈 본사 건물에는 최근 규제 샌드박스 통과를 자축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사옥 안으로 들어서자 휴머노이드 로봇부터 수백가지 로봇부품과 기기들이 전시돼 있었다. 회사는 지하에 로봇 제조시설을 두고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비롯해 제어기, 휴머노이드, 로봇팔 등 하드웨어를 직접 생산한다. 로봇을 동작시키는 AI(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한다.
손의형 로보티즈 선임연구원은 "실외 자율주행로봇 실증 테스트는 사내에서도 일부만 정보를 공유할 정도로 극비리에 추진 중"이라면서 "테스트와 기술보완 작업을 반복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로봇이 실외를 주행하는 것은 로보티즈가 최초다. 현행법상 실외 자율주행 로봇이 공공도로와 보도를 통행하는 게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로보티즈는 2년간 테스트를 거쳐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회사는 배달앱 기업과 협력해, 직원들이 점심 메뉴를 앱으로 예약주문 하면 로봇이 음식을 가져오도록 테스트를 설계했다. 주변 식당 4곳이 서비스에 참여한다. 로봇 최고 속도는 시속 5㎞로, 회사 1㎞ 반경에서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후 2㎞로 범위를 늘릴 예정이다.
회사가 이번에 실증에 나선 것은 누구나 아이디어를 실제 로봇으로 구현하도록 전체 요소기술을 제공하는 솔루션 프로바이더의 역할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액추에이터를 비롯한 구동장치부터 ROS(로봇운영체제), AI SW 등 로봇을 구성하는 모든 솔루션을 개발·공급하는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각종 국내외 로봇대회에서 실력을 알린 로봇 마니아 김병수 로보티즈 대표는 1999년 제조용로봇보다 서비스로봇 산업이 유망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20대의 나이에 회사를 세웠다.
국내 유일의 서비스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 잡은 회사는 LG전자와 개인비서 로봇과 쇼핑카드 로봇을 공동 개발하는 것을 비롯해, 아마존·토요타·덴소·디즈니·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언택트 기술이 확산되면서 수요와 문의가 급증했다.
손 선임연구원은 "최근 배송·의료·국방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문의와 협업 의뢰를 해 온다"면서 "특히 팬데믹 영향으로 서비스로봇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AI와 자율주행이 두뇌와 손발이 돼 주고, 5G 이동통신과 클라우드가 로봇과 또 다른 로봇이나 컴퓨터를 연결하는 신경망 역할을 하면서 로봇산업은 본격적인 도약기를 맞았다. 모바일과 클라우드로 언제나 연결돼 있으면 로봇기술 진화 속도를 훨씬 높일 수 있다.
손 선임연구원은 "이전에는 실내에서 케이블을 연결해 하던 기능 업데이트를 이제 클라우드를 이용해 원격에서 수시로 할 수 있게 됐다"면서 "2년 전부터 아마존웹서비스 클라우드를 활용해 개발·테스트 속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복잡한 프로그램 설치과정 없이 웹 브라우저에서 클릭 몇번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다.
회사는 클라우드 상의 로봇개발 플랫폼을 통해 개발자들이 로봇을 협력해 개발하고 3D프린터로 출력도 하도록 지원한다. 현장에서 작동하는 로봇 수가 급증해도 엔지니어가 현장을 다닐 필요 없이 기술적 조치를 할 수도 있게 된다.
손 선임연구원은 "최근 로봇에 자율주행과 AI가 맞물리면서 폭발적 기술진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실외 자율주행뿐 아니라 실내에서 사람과 협업하는 생활 속 로봇도 머잖아 실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